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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땅공부방은

하늘땅 공부방의 지난날...


2000년 4월 7일 성내면농민회 사무실을 빌려 처음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에  여성농민회 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던 과정들이 이제는 아스라히 멀어진듯 하다. 공부방을 시작하려는 목적도 하루종일 들판에서 일하고 집안일도 도맡아야하는 여성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엄마가 집에서 해주듯이 아이들 학교 숙제 봐주고 간식거리라도 챙겨주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여럿이서 공부방 이름을 뭘로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농사짓는 여성농민과 농촌의 아이들과 어울릴만한 이름을 고민하다 농사꾼들에게 가장 중요한 하늘과 땅을 합친 이름 '하늘땅공부방'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은 법제화 된 이름 '지역아동센터'란 명칭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겐 하늘땅공부방이란 이름이 훨씬 정겹고 좋다.

처음 시작한 농민회 사무실은 컨테이너 박스였다.
전기판넬을 깔아 난방은 되었지만 바닥이 마루처럼 비어있어서 조금만 아이들이 걸어도 울리고 여름엔 더위를 이겨내기가 참 힘들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공간이었기에 농민회회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8년 전만해도 공부방이란게 법제화 되지 않았기에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여성농민회 그리고 몇몇 엄마들이 내주는 간식비로 겨우겨우 운영하였다.
나중엔 아이들 간식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오전시간엔 책 외판원을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어렵게 시간은 흘러갔지만 아이들은 끊이지 않고 공부방을 찾았다.
시작이라는게 아이들과는 약속이 되어버린 것이었기에 중도에 포기할 수 조차 없었다.

성내면에는 작은 학원조차 하나없어서 공부방은 방과후에 아이들이 머무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혼자 힘으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것은 힘이들었고 그냥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숙제 봐주고, 부족한 공부좀 봐주고 책읽어주고 같이 그림그리고 만들기하고, 맛난 간식챙겨주는것이 전부였지만 아이들은 그 작은 공간에서도 무럭무럭 잘도 자라주었다.

 농촌지역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하늘땅공부방은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ㅎㅎ 거창한것 같다)
잡지에도 실리고 지역 방송에도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몇차례 방송을 탔다.
그러면서 책도 후원받고, 군수님께서  좀 더 넓은 장소로 자리도 마련해주셨다.
청소년문화의 집 한쪽 무용실을 우리 공부방으로 이용하게 된것이다.
무용실이라 마룻바닥이었지만 거기엔 에어컨, 난방기도 있었고 무엇보다 옆 공간들을  우리 아이들이 활용할 수있다는것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맨위: 처음 시작한 컨테이너 공부방
중간: 2층 한쪽 무용실을 사용했던 공간
아래: 초창기 모습(요람속의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